포퍼의 반증론의 문제점 --- 진화 심리학 첫걸음마 글쓰기(진화심리)[2011~2012]

진화 심리학에 반증론(falsificationism, 반증주의) 또는 반증 가능성(falsifiability)을 들이대면서 진화심리학이 과학이 아니라 그럴 듯한 이야기만 만들어내는 사이비과학(pseudoscience)에 불과하다고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들에 따르면 진화 심리학 가설들은 반증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과학가설로 불릴 자격도 없다. 이 글에서는 진화심리학 가설이 반증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따지기 이전에 포퍼(Karl Popper)의 반증론 자체의 문제를 살펴볼 생각이다.

 

어떤 사람들은 포퍼를 신처럼 떠받들면서 반증 가능성만이 과학의 시금석인처럼 이야기한다. 다른 어떤 사람들은 쿤(Thomas Kuhn)을 신처럼 떠받들면서사실은 쿤의 글을 엉터리로 해석하여 아예 미신과 과학 사이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나는포퍼와 쿤의 글이 과학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명의 과학 철학모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이 글에서는 포퍼의 반증론의 핵심 문제점 중 하나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다.

 

 

 

반증론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수학에 대해 잠시 살펴보자.

 

수학의 증명 방식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에 따르면 수학 공리가옳다는 보장이 없으며 수학에서 쓰이는 기본적인 추론 절차가 옳다는 보장도 없다.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은 「What the Tortoise Said toAchilles(거북이가 아킬레우스에게 한 말)」이라는 글에서 이런 의혹에 대해 재미 있게썼다.

http://www.ditext.com/carroll/tortoise.html

http://fair-use.org/mind/1895/04/what-the-tortoise-said-to-achilles

 

그런 식의 의혹을 무시한다면 수학 정리(theorem)는 절대적 진리다. 왜냐하면 공리에서 출발하여 기본적인 추론 절차를 이용해서 완벽하게 증명하기 때문이다.

 

어떤 수학자가 그럴 듯해 보이는 수학 명제를 제시할 때 두 가지 방향에서 검증할 수 있다. 한편으로 공리에서 출발하여 추론 절차를 거쳐 그 명제를 증명하는 길이 있다.다른 한편으로 그 명제가 틀렸음을 보여주는 길이 있다. 만약 그 명제에 대한 반례를 단하나라도 댈 수 있다면 그 명제가 틀렸다는 것이 증명된다.

 

 

 

이제 포퍼의 주장을 대충 정리해 보겠다. 어떤 과학 가설이 참이라는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포퍼에 따르면 그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그 가설에 부합하는 사실들을 아무리 많이 댄다 하더라도 그 가설이 참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200년 이상 살 수 없다라는가설에 대해 생각해 보자. 설사 지금까지 태어난 모든 인간들을 다 조사해서 200살이 되기 전에 죽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도 이 가설이 확실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태어날 인간 중에 200살 넘게 사는 사례가 있을지도모르기 때문이다.

 

반면 과학 가설이 거짓임은 증명할 수 있다. 만약 인간 중에 200살이 넘게 사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인간은 200년 이상 살 수 없다라는 가설이 거짓임이 증명된다.

 

수학의 영역에서는 입증이 가능할 때도 있고 반증이 가능할 때도 있다. 반면과학의 영역에서는 입증은 불가능한 반면 반증은 가능하다. 이것이 포퍼가 반증이 중요하다고 본 이유다. 포퍼의 주장은 상당히 단순하고 깔끔해 보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매혹되는 것 같다.

 

 

 

하지만 누가 과학의 영역에서 수학의 경우처럼 절대적인 진리를 고집한단 말인가?과학자들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도 만족한다.

 

뉴턴의 중력 이론을 살펴보자. 뉴턴의 중력 이론이 절대적 진리임을 100% 증명할 수 있는가? 포퍼의 말대로 그런 방법은 없다. 아무리 많은 실험을 해서 설사 항상 뉴턴의 중력 이론에 부합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해도 100% 증명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왜 과학자가 수학자처럼 절대적 진리만을 추구하고 절대적 진리가 아니면 버려야 하는가?

 

이런 사고 실험을 해 보자.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등장하기전에 뉴턴의 중력 이론이 완벽하게 반증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즉 뉴턴의 중력 이론과 명백히 모순되는실험 결과가 나왔다고 하자. 그러면 포퍼의 말대로 뉴턴의 중력 이론을 버려야 하는가? 아니다. 왜냐하면 뉴턴의 중력 이론은 환상적인 정량 분석으로 훌륭하게입증된 이론이기 때문이다. 뉴턴의 중력 이론은 수학적 의미에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과학 이론으로 인정받기에 충분할 정도로 입증되었다. 다른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뉴턴의중력 이론은 과학 이론으로 인정 받을 자격이 있을 만큼 충분히 강력한 이론이다. 왜 그렇게 강력한 이론을단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버려야 한단 말인가?

 

실제 물리학 역사를 보면 뉴턴의 이론은 폐기되었고 아인슈타인의 이론으로 대체되었다(물론 고등학교에서는 여전히 뉴턴의 이론을 가르치고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공학자들은 여전히 뉴턴의 공식을 사용한다). 그 이유는 뉴턴의 이론이 반증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뉴턴의 이론보다 더 강력한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수학에서는 개념을 지극히 엄밀하게 쓴다. 개념을 직접 정의하지 않고쓰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애매하게 쓰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경우에도 공리 체계를 통해 지극히엄밀하게 간접적으로 정의된다.

 

반면 과학에서는 개념에 애매함이 있는 경우가 많다. 위에 등장했던인간은 200년 이상 살 수 없다라는가설에서 인간은 무엇인가? 진화론을 받아들이는 사람은인간이라는 개념이 애매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1억 년 전의 우리의 직계 조상을 인간이라고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언제부터가 인간인가? 50만년전부터? 10만년 전부터? 진화가 연속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누구도 이 질문에 엄밀하게 답할 수 없다.

 

엄밀하기 못한 개념을 바탕으로 절대적 진리를 찾을 수는 없다. 그래서어쨌단 말인가? 과학자는 수학만큼 엄밀하지 못한 개념을 사용하더라도,수학만큼 엄밀하게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만족할 수 있다.

 

 

 

물론 과학 가설은 실증적으로 검증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100% 완벽하게 입증하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런 욕심을 버린다면포퍼처럼 입증의 방향은 무시하고 반증의 방향에만 온 신경을 쏟을 이유가 없다. 또한 입증의 경우든 반증의경우든 이분법적인 문제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100% 입증되었는가? 또는 100% 반증되었는가?라는 질문 대신 어느 정도 입증되었는가? 또는 어느정도 반증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진화 심리학의 경우에는 물리학이나 화학보다 개념도 대체로 더 애매하고 검증하기도 대체로 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화 심리학이 과학이라는 지위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이것은 물리학의 경우에 수학보다 개념도 더 애매하고 수학처럼 확실히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물리학이 과학이 아니라고 말할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2011-03-18


덧글

  • 모모 2012/02/23 10:48 #

    포퍼는 반증 '가능성'에 대해 얘기한 거지, '얼마나 반증되었는가'에 대해 말한 게 아닌데요...
  • 암튼 2012/02/24 20:11 # 삭제

    내용면에선 그리 큰 문제가 있어보이진 않는군요.
    다음에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
  • chch 2012/02/24 22:37 # 삭제

    몇 가지 오해가 있으신 것같아서 한 마디 해보겠습니다.

    1. 뉴튼의 이론과 아인슈타인 이론의 관계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뉴튼의 이론보다 강력했던 이유는 뉴튼의 이론을 반증하는 경험사례와 뉴튼의 이론을 모두 설명해줄 수 있었고
    뉴튼의 이론이 예측 할 수 없었던 현상이나 그에 반증되는 현상들까지 예측 가능했기 때문이지요.
    즉 뉴튼의 이론에서 아인슈타인으로의 전환 중 뉴튼의 이론에 대한 반증 사례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 포퍼의 주장에 대해

    포퍼의 주장은 완벽하게 입증 될 수 없는 과학 이론을 받아들이지 말자거나 반증된 과학 이론을 그냥 내동댕이 치자는게 아닙니다.
    이론이란 형식적으로 틀릴(반증) 수 있게 되어있어야하며 높은 확률로 틀릴 수 있는게 좋은 이론이라는 겁니다.
    반증주의자들의 진화심리학에 대한 비판은 반증됐다느니, 불완전하다느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이론 구조상으로 반증되기 힘든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하는 이야기일 겁니다.

    포퍼의 이론은 분명 현대의 과학사가나 과학철학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게 사실입니다만,
    전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반증성은 초시간적으로나 보편적으로 과학을 규정 할 수 있는 요소는 아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과학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3. 문단 말미의 반증 정도에 대한 말씀에 대해

    귀납논리의 특성상의 100의 참의 사례가 있어도 1의 경험 사례가 있으면 그 주장은 보편적 언명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합니다.
    그렇기에 하나의 반증 사례가 있다면 이론을 극단적인 반증주의자들의 말처럼 내치지는 않더라도 수정하거나 보조 가설을 마련하여
    그와 관련된 다음 예측을 준비하는게 맞고 과학사는 대체로 그렇게 진행되어왔습니다. (이론의 수정이나 반증된 이론 보조 가설을 즉시 마련하지는 못합니다만)
    단순히 정도로서 이론을 평가하는 것은 과학 이론의 전진성을 간과하고 너무 평행적으로 보는게 아닌가 합니다.


    4. 입증정도에 대한 이론의 평가

    현대 베이즈주의자들이 말씀하신바와 관련된 이론을 펼친바있으니(말씀하신거와는 차이가 있지만)
    참고하시길.
  • ~~ 2012/06/10 17:10 # 삭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
  • 레닷매냐 2013/01/02 03:13 # 삭제

    스켑티컬에서 봤는데 또 이러고 계신가봐요.

    이덕하님께서 포퍼의 반증가능성을 잘못 이해하고 계시네요. 포퍼 이론을 차근차근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세요. 반증가능성은 틀려야 한다는 주장이 아닙니다.
  • 이덕하 2013/01/02 07:23 #

    레닷매냐 /

    “글쓰기(기타)”의 “「과학: 추측과 논박(포퍼)」 비판 노트” 시리즈를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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