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질서, 기적, 신기함 그리고 과학적 발견 글쓰기(진화심리)[2013~]

주사위를 천 번 던졌다. 그랬더니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5, 6, 2, 4, 5, 3, 6, 1, 1, 2,......, 3, 1, 2

 

이것을 두고 어떤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비웃음만 살 것이다.

 

주사위를 천 번 던져서 “5, 6, 2, 4, 5, 3, 6, 1, 1, 2, ......, 3, 1, 2”가 나올 확률은 1 / (6 1000제곱) 밖에 안 되는데 이런 결과가 나오다니 기적이다. 이것은 도저히 우연의 일치로 설명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이 예언을 한다.

 

지금 주사위를 천 번 던지면 “5, 6, 2, 4, 5, 3, 6, 1, 1, 2, ......, 3, 1, 2”가 나올 것이다.

 

주사위를 천 번 던졌다. 그랬더니 예언과 똑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럴 때에는 우연의 일치로 보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아래와 같은 말이 타당해지는 것이다.

 

주사위를 천 번 던져서 예언한 배열인 “5, 6, 2, 4, 5, 3, 6, 1, 1, 2, ......, 3, 1, 2”가 나올 확률은 1 / (6 1000제곱) 밖에 안 되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 이것은 도저히 우연의 일치로 설명할 수 없다. 뭔가가 있다.

 

미신적인 사람은 예언한 사람에게 예언 능력이있거나 염력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것이며, 나 같이 과학 신봉자라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누군가 주사위를 조작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것이다. 어쨌든 예언 없이 “5, 6, 2, 4, 5, 3, 6, 1, 1, 2, ......, 3, 1, 2”가 나왔을 때와는 달리 이런 현상에 호기심을 느낄 것이다. 즉 더 깊이 조사해서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알아내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이번에도 예언은 없었다. 하지만 주사위를 천 번 던지니까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1, 2, 3, 1, 2, 3, 1, 2, 3, ......, 1, 2, 3, 1

 

물론 “.......”으로 표기한 부분에서도 “1, 2, 3”이라는 패턴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유지되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이것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면 비웃음을 살 것이다.

 

5, 6, 2, 4, 5, 3, 6, 1, 1, 2, ......, 3, 1, 2”이 나올 확률도 1 / (6 1000제곱)이고 “1, 2, 3, 1, 2, 3, 1, 2, 3, ......, 1, 2, 3, 1”가 나올 확률도 1 / (6 1000제곱)이다. 1, 2, 3, 1, 2, 3, 1, 2, 3, ......, 1, 2, 3, 1”에만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것은 호들갑일 뿐이다.

 

아마 절대다수의 과학자들은 이런 식으로 생각할 것이다.

 

1, 2, 3, 1, 2, 3, 1, 2, 3,......, 1, 2, 3, 1”에는 뚜렷한 질서가 있다. 주사위가 조작되지 않았다고 가정한다면 주사위를 천 번 던졌을 때 이런 뚜렷한 질서가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될 확률은 매우 낮다. 따라서 뭔가가 있다.

 

주사위를 천 번 던졌을 때 우연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이상한 결과에는 온갖 종류가 있다. 몇 개만 나열해 보자.

 

1, 1, 1, 1, 1, 1, 1, 1, 1, 1, ......

3, 3, 3, 3, 3, 3, 3, 3, 3, 3, ......

1, 1, 2, 1, 1, 2, 1, 1, 2, 1, ......

6, 1, 6, 1, 6, 1, 6, 1, 6, 1, ......

 

어디까지가 “우연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이상한 결과”인가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든 예의 경우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 같다.

 

위에서 나열한 패턴들과 나열하지는 않았지만 우연히 나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누구나 동의할 만한 패턴들을 다 합쳤다고 하자. 그런 패턴들 중 하나가 나올 확률은 1 / (6 1000제곱)보다는 훨씬 크다. 하지만 여전히 천문학적으로 작은 숫자일 것이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모르는 어떤 법칙이 작동하고 있지도 않는데도) 그런 결과가 우연의 일치로 나올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지극히 희박한 질서를 발견할 때 그 질서를 만들어낸 법칙(또는 법칙에 준하는 것)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그 법칙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그런 질서가 아주 신기하게 보인다. 그리고 만약 법칙을 제대로 찾아내서 그 질서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면 그 질서가 더 이상 신기하지 않아 보인다.

 

만약 주사위를 천 번 던졌는데 누군가 예언한대로 나왔다면 일단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사를 해 본다. 만약 주사위를 조작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그 현상은 더 이상 신기하지 않다. 주사위 조작이 확률적으로 있을 법하지 않은 그런 현상(주사위가 조작되지 않았다고 가정할 때)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snow)의 결정 모양을 한결 같이 6각형이다.

 

http://en.wikipedia.org/wiki/Snowflake

 

이것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신기한 현상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볼 때 “그냥 우연히 눈의 결정이 다 6각형 모양으로 생긴 것이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이런 질서를 발견하면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아마 현대 과학자들은 물 분자의 성질과 같은 온갖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서 그 이유를 설명할 것 같다. 만족스러운 설명을 듣고 나면 더 이상 이것은 신기한 현상이 아니다.

 

지구가 1년에 한 번씩 태양 주위를 타원에 가까운 궤적을 그리면서 계속 도는 것도 대단한 질서다. 중력 이론 등을 몰랐던 시기에는 과학자들이 매우 신기해 했을 만한 현상인 것이다. 물론 뉴턴의 중력 이론보다 더 나은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을 알고 있는 현대 물리학자에게는 이것이 신기한 현상이 아니다.

 

윌리엄 페일리는 『자연 신학』이라는 책에서 눈(eye)과 같은 질서는 우연히 생기기에는 너무나 신기하기 때문에 무언가가 있음이 분명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페일리가 보기에는 신이 눈을 만들었다. 『자연 선택』을 쓴 다윈은 페일리의 생각 중 절반에는 동의했다. 즉 눈과 같은 질서는 우연히 생기기에는 너무나 신기하기 때문에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윈은 신이라는 인물 대신 자연 선택이라는 법칙을 끌어들여서 설명했다. 페일리와 다윈이 동의한 부분을 “설계 논증(argument from design)”이라고 부른다. 페일리는 눈을 신이 설계했다고 보며 다윈은 눈을 자연 선택이 “설계”했다고 본다.

 

 

 

신기해 보이는 현상을 볼 때 미신적인 사람과 과학자는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인다. 과학자는 그런 현상을 어떤 법칙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반면 미신적인 사람은 “법칙의 중지” 즉 기적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미신적인 설명은 참 만들어내기 쉽다. 신이 끼어들어서 법칙이 잠시 중단되었기 때문에 그런 신기해 보이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둘러대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과학자들은 가시밭길을 가야 한다. 그런 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법칙을 발견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에서 어떤 신기한 질서를 발견할 때 진화 심리학자는 과학자들이 전통적으로 해 왔던 방식대로 처신한다. 그 질서를 설명할 수 있는 어떤 법칙(또는 법칙에 준하는 어떤 것)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어떤 현상을 과학적으로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 법칙을 찾아내는 길은 매우 어렵다.

 

학습, 문화, 환경을 막연하게 끌어들이는 사람은 창조론자 만큼이나 쉬운 길을 가려고 하는 것 같다. 바로 앞 문장에서 “막연하게”라는 단어가 들어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학습 등을 끌어들이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학습”과 같은 단어를 끌어들이기만 하면 설명이 끝났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예컨대 “여자가 남자보다 겁이 많다”라는 현상을 볼 때 막연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사회화 되었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설명이랍시고 내 놓는다이것은 눈의 결정이 몽땅 6각형인 이유는 신이 그런 식으로 눈의 결정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든 문화권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겁이 많다면 왜 모든 문화권에서 그런 식으로 사회화가 되는지 밝혀내야 속이 시원해진다. 그냥 우연의 일치라고 이야기하면 별로 설득력이 없다. 왜냐하면 문화권의 수가 너무나 많으며 각 문화권들은 온갖 측면에서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왜 다른 측면에서는 다양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겁의 측면에서는 한결 같이 여자가 남자보다 겁이 많단 말인가?

 

 

 

어떤 사람들은 우주 상수가 마치 생명이 탄생되도록 설정된 것 같으며 이것은 확률적으로 매우 희박해 보인다고 주장한다. 설계 논증의 확장판(?)인 셈이다.

 

한편으로는 신이 우주를 창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무수히 많은 우주가 있으며 우주마다 우주 상수가 다른데 마침 우리가 사는 우주의 경우에는 사람이 진화할 수 있게 설정되어 있다는 다중 우주론으로 설명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두 설명 모두 과학적으로는 별로 의미가없다고 생각한다. 우주 창조론의 경우에는 “누가 신을 창조했나?”라는 의문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만약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우연의 산물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신기한 질서를 품고 있다면 그런 우주를 창조한 신의 경우에는 더더욱 신기한 질서를 품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이 만든 컴퓨터에 대단한 질서가 있지만 아직 뇌의 질서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에 불과한 것과 마찬가지다.

 

다중 우주론의 경우에는 과학적 검증이 아예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다른 우주는 우리 우주에서 아예 관찰할 수가 없다. 우리 우주에서 관찰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 우주에 포함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찰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백날 이야기해 봐야 결론이 안 날 것 같다.

 

 

 

이덕하

2013-03-25


덧글

  • 후멍이야 2013/04/08 13:53 # 삭제

    눈에 대해서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진화론에 대해서 잘 이해를 못하고 있습니다만,
    단백질들이 조합되다 보면
    게다가 150억년의 세월이 흐르다보면 눈과 같은
    기관이 생길 수 있다란 것인지...
    (눈은 좀더 빨리 만들어졌었나요? 아뭏든 우주나이를 150억년으로 보면
    요근래에 생긴 일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진화론에서 저는 항상 궁금한게 눈과 같은 복잡한 기관도
    단백질을 잘 조합하면 만들어질 수 있다라는 사실보다.
    단백질을 잘 조합하면 눈과 같은 기관을 만들 수 있는
    화학적 법칙, 규칙이 있다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물리학적 역학에서 F=ma라는건 인간이 정한 식이지만
    저 생각으로 인해 발전하는 모든 움직임이 심지어
    양자역학에서도 맞아떨어지는데요.
    저런 규칙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더 라이프인가?라는 생물학책에서
    신진대사의 과정에서 여러 촉매제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요.
    열쇠와 자물쇠처럼 딱 그모양을 한 촉매제가
    들어맞으면 반응을 하는 설명이 있었는데요.
    그건 그 화학적 반응을 이용한 것일테고
    진화에 의해서 그러한 물질들이 모여서
    그렇게 화학적반응이 되는 것들만 이용하게
    될 수 있다고 봅니다만,
    궁극적으로 화학적반응이 규칙적이지 않았다면
    그렇게 진화되지 않았을 듯 하거든요.

    수학적으로는 1 더하기 1이 2라는 개념에서
    시작하지만 정수에서 실수 복소수의 개념과
    해석학이나 대수론 같은거에서 전부 그 규칙이
    확장되어 가잖아요...

    이 우주에 어떠한 법칙 규칙이 있는데
    그걸 세세하게 알아가는게 과학자라면
    그 규칙이 왜 있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은
    철학자일텐데....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그 규칙에 대한 걸
    믿는 게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저도 같은 생각을 해본적이 있는데요.
    신이 창조하였다면 신만 존재하던 시기가
    있어야 할 거 같은데...
    그때 신은 어디에 있었을까? 라는 거죠.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없어야 할텐데 말이죠.

    다중우주도 마찬가지로.
    이 세계의 궁금증은 이 세계의 법칙으로 풀어야
    이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혹은 오토마타이론처럼...
    어떠한 세세한 규칙 아까 전의
    1 더하기 1이 2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보다 복잡한 식...오일러의 공식같은게
    우선 성립되어 있어야 하는 거니까...
    아주 작은 규칙이 하나만 있으면
    이 엄청난 시간과 공간안에서
    대규모의 복잡성을 가진 우주시공간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최종결론은 그 작은 규칙하나를
    누가 만들었나로 다시 돌아가겠죠.

    그래서 마지막으로 요즘 생각하고 있는 건
    무한입니다.
    인간은 무한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신을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죠.
    누군가가 그 법칙을 만들었다면
    그 누군가를 만든 법칙과 누군가가 있겠구요.
    또 위로 무한하게 올라갈 수 있는 것이죠.
    시간을 이 우주만 본다면 약 150억년에
    탄생했다할 수 있지만
    지금부터 약 150억년 지속되어서
    빅뱅에서 마지막 우주멸망까지 300억년이라해도
    무한시간이면 무한 반복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렇다면 결국에 시작이 없어지는거 아닐까요?
    즉 신의 원조는 알 수 없으나
    이 우주의 이 시대의 우주를 만든 신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 신이 우리 우주의 법칙을 전부 알고 있지는
    못할지라도
    글로 써주신 것처럼
    우리가 컴퓨터를 만들었다쳐도
    컴퓨터는 우리를 신으로 여길지라도
    우리가 모든 법칙을 모르는 것 처럼요.

    사실 인간이 생각하는
    종교를 가진 이들이 생각하는 신은
    더욱 궁극적인 신이겠지만
    저는 그 신은 한낯 인간이 이해하지는
    못할거라 생각해서요.

    그런면에서 불교에서는 진리를
    깨우치는 걸 주로 하는거 같던데
    진리라는 용어로 치면
    진리는 그냥 태초부터 시작부터
    있었던거죠.
    그 법칙을 누가 만들었는지에
    관심을 두지 않구요.
    그 진리를 깨우치기 위해 노력하는게
    인간이구요...
    그렇게 보면 불교 이외의 종교도
    진리를 신으로 생각하는건 아닐까?
    라고도 생각해 봅니다.

    횡설수설이었지만
    요는 무언가 규칙이 있는데
    그걸 누가 만들었을까?
    라는게 제 궁금증이고...
    그게 진리라는 말장난이 아닌바에는
    우리 세계 우리 우주 시공간에서만
    적용될지는 모르겠으나...
    신이 만들지 않았을까라고 보는거죠.
    그뒤에 그 규칙에 맞게 진화된거죠...
    눈으로도 진화되고....인간의 의식도 나오고...등등...요....
  • Apraxia 2013/04/09 23:24 #

    자연은 '다만 그러할 뿐'이고, 거기서 규칙'성'을 인식하고 특정한 규칙들을 만들어내어 나열한 게 인간이 한 일입니다.

    규칙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그 규칙은 자연현상에 들어맞도록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자연은 그냥 그 자리에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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