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씨"는 되고 "박근혜씨"는 석고대죄? 짧은 글[2011~2013]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씨”라고 불렀다.

 

박 대통령을 주어로 한 언급이 세 차례 나왔는데 한 번도대통령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정권 비판한다고 야당에 내란음모죄를 조작하고 정당해산까지 청구하면서 헌법 파괴하는 박근혜씨가 바로 독재자 아닙니까?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검찰총장까지 잘라내는 박근혜씨가 독재자 아닙니까?”라거나박근혜씨를 여왕으로 모시고 숨죽이는 바로 저 새누리당…”이라는 식이었다.

이정희, 이번엔 "박근혜씨 독재자" … 야당은 역풍 우려

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3/11/11/12688989.html?cloc=olink|article|default

 

그러자 새누리당에서 발끈했다. 석고대죄해도 부족하다고 한다.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 10일 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대중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씨'로 호칭한 것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국가지도자에게 막말을 뱉어냈다. 이것이 최소한의 예의도 갖출 줄 모르는 진보당의 현실"이라며 "이 대표는 석고대죄해도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정희 '박근혜씨' 논란…"석고대죄"vs"최대한예의"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3/11/10/0200000000AKR20131110051200001.HTML?input=1179m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민주당 사람도 예의를 지키라고 훈수를 두었다고 한다.

 

다만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당해산 심판 청구 등으로 분노가 치밀어 오르겠지만,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진보당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희 '박근혜씨' 논란…"석고대죄"vs"최대한예의"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3/11/10/0200000000AKR20131110051200001.HTML?input=1179m

 

 

 

한국도 이제 신분제 사회에서 많이 벗어났다. 이제 단지 노비의 자손이라는 이유로,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출세할 기회를 노골적으로 박탈당하는 사회가 아니다. 온갖 법률이 그런 차별을 막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신분제 사회의 어법은 남아있는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극존칭에 대한 집착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씨”라고 부르면 안 되고, 대통령이 죽으면 그냥 “사망했다” 또는 “죽었다”라고 표현하면 안 된다. “각하”라는 표현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은 반드시 “대통령”이라고 불러야 하며 “사망”해서는 안 되며 “서거”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씨”는 한국 사회의 공식적인 존칭이다. 방송인 유재석이 지나갈 때에 아이들이 “메뚜기다” 또는 “유재석이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어른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할 때에는 “유재석씨”라고 부른다.

 

직업의 귀천이 없고 신분의 구분이 없는 사회라면 방송인 유재석과 대통령 박근혜의 호칭도 평등해야 한다. 그것이 봉건제에 반대하는 나의 입장이다.

 

 

 

새누리당 홍지만 원내대변인이 석고대죄(席藁待罪)라는 표현을 선택한 것도 참 거시기하다. 석고대죄란 “거적을 깔고 엎드려 윗사람의 처벌을 기다리다라는 뜻이다. 봉건적인 사고 방식이 담긴 표현인 것이다.

 

새누리당은 극존칭에 대한 이런 집착이 봉건적 신분제 사회의 잔재라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남몰래 신분제 사회를 꿈꾸는 것일까? 위에 등장하는 민주당 핵심 관계자라는 사람에게도 같은 것을 묻고 싶다. 당신이 꿈꾸는 사회는 봉건 사회인가? 아니면 적어도 호칭의 평등이라도 보장되는 사회인가?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왕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복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는 사회책에만 나오면 끝인가? 방송인 유재석과 같은 일개 국민은 “유재석씨”라고 불러도 아무 문제가 없고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씨”라고 부르면 석고대죄를 해야 하나?

 

그나마 어떤 나라처럼 앞에 “위대한”을 붙이지 않은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나?

 

 

 

황송하옵지만 감히 미천한 저의 추측을 올립자면, 고귀하신 새누리당 홍지만 원내대변인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사회가 좋으신가 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은 평등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님께서는 다른 국민들보다 더 평등하시다. 따라서 감히 일개 정당의 대표인 이정희 따위가 “박근혜씨”라고 부른다면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이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더 평등하다.

All animals are equal, 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

http://en.wikipedia.org/wiki/Animal_Farm

 

 

 

이전에 나는 호칭과 관련된 글을 쓴 적이 있다.

 

노무현에 대한 수사와 그의 죽음을 바라보며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253

 

민자영(명성황후, 민비)의 호칭에 대한 어느 좌파의 생각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474

 

 

 

이덕하

2013-11-11


덧글

  • ? 2013/11/11 10:13 # 삭제

    공인 중에서도 정치인의 공적인 호칭구사는 정확하게 해야 맞는데요? 게다가 갑자기 이제 와서 씨 운운하는 거 보면 저의가 딱 보이는데 시사를 연구하셔야 하겠습니다.
  • 춤추는콩알 2013/11/11 10:23 #

    이정희 대표가 김정일국방위원장님이라고 존칭하지 않고 김정일씨라고나 했더라면 이런 논란도 없었을건데 ㅋㅋ
  • 로보 2013/11/11 10:23 #

    미스터 오바마라고 할 양반이네.
  • 이덕하 2013/11/11 15:36 #

    로보 /

    미국에서는 그렇게 호칭한다고 해서 석고대죄를 요구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A number of listeners have written in recent weeks complaining that NPR reporters refer to President Obama as "Mr. Obama." Since the mid-1970s it has been NPR's policy to refer to the president as "Mr." instead of "President" on second reference.
    http://www.npr.org/blogs/ombudsman/2011/10/12/141293477/why-do-you-call-him-mr-obama

    It’s amazing to hear all the things President Obama supposedly doesn’t know. For example, Mr. Obama said he was not aware that his federal government was smuggling assault weapons to Mexico.
    http://www.washingtontimes.com/news/2013/nov/7/letter-to-the-editor-the-know-nothing-president/
  • 로보 2013/11/11 16:13 #

    뭐 저도 개인적으로는 민주당 정도의 스탠스입니다만, 일단 정치는 언플이니까요.
  • 후후훗 2013/11/11 16:50 # 삭제

    이덕하님/

    On second reference 라는 말에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국 국회의원이 대통령한테 대놓고 공식적인 석상에서 Mr 오바마라고 하면 석고대죄까지는 아니라도
    미국에서도 욕먹습니다.
  • 비로그인 2013/11/11 10:38 # 삭제

    석고대죄니 뭐니 하는거야 당연히 오버지만, 표현에서 '난 당신 대통령으로 인정 안한다' 정도의 뉘앙스를 읽어내는 것 까지는 자연스러운 반응이겠죠.
  • 지나가다 2013/11/11 10:56 # 삭제

    리정희 통진당 대표가 박근혜대통령을 박근혜씨라고 지칭함으로써 51.8프로 국민들이 찍어준 대통령을 인정못하겠다고 의사표시한건데 문제가 아닌가요?ㅋㅋ
  • 센프 2013/11/11 11:07 #

    대통령이 극존칭인가요? 대통령님... 대통령각하... 이런게 극존칭이 아니라요?
    그럼 학교 선생님한테도 김철수씨, 박영수씨, 해도 되겠습니다.
  • 이덕하 2013/11/11 15:41 #

    센프 /

    “폐하”나 “전하”에 비하면 “각하”도 극존칭이 아니지요. 극존칭 개념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저는 교사도 “김철수씨”라고 부르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鷄르베로스 2013/11/11 11:24 #

    담임을 담탱이라 부르던 별명을 부르던 본인의 자유지만
    그걸 선생들 면전이나, 모여서 뒷다마까다 걸리면 뒷통수도 몇대 줘맞고 그러는거에요
  • 이덕하 2013/11/11 15:41 #

    “담탱이는”에 해당하는 것은 “박근혜씨”가 아니라 “닭그네”입니다.
  • 아니뭐 2013/11/11 11:33 # 삭제


    솔직히 이게 문제가 될꺼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개구리, 노가리, 무뇌 라고 대놓고 부르던 어느당의 국회의원들은 능지처참을 해야....

  • ... 2013/11/11 15:26 # 삭제

    이정히가 지하모임에서 바꾸네라 부르든 뭐라든 신경 안쓰겠지만 마이크 앞에 놓고 그러면 문제가 있죠. 개구리네 노가리네 이런 걸 당 대변인이 읊기라도 헀었어요? 귀태는 대놓고 누군가가 말했던 거 같긴 하다...
  • Scarlett 2013/11/11 12:33 #

    옛날에 대통령에게 각하라는 호칭을 쓰지 않으면 나라의 격이 떨어지니 어쩌니 했던 칼럼이 기억나네요...ㅋ
  • jklin 2013/11/11 15:07 #

    동종업계 종사자의 기본이 안되어 있는거에요. 학교 선생들끼리 그럼 서로 이선생님 김선생님 안하고 이모씨 김모씨 평등하게 부르면 참 볼만하겠수다.

    그리고 외국을 좀 봐봐. 천조국만해도 방송이나 신문에서 항상 Mr. President나 President Obama쓰지 Mr. Obama 안써요. Mr. Obama 쓸때는 대통령 개인의 의견을 지칭할때나 Mr. 쓰지 대통령은 무조건 President 붙여서 대우하는게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언론이 그런데 하물며 동종업계 종사자인 의원은?
  • Mad Dr 2013/11/11 16:30 #

    댓글다신분들 진지하게 다셔서 전 능청스럽게 쓸게요.

    이런, 난 역대 대통령들을 리승만, 노태우, 전두환,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명바귀, 박근혜 라고 계속불렀는데 무기징역감이네. ㅎㅎ
  • 로보 2013/11/11 16:53 #

    뭔소리지, 공적인 자리에서 똑바로 말하란 이야기지. 공동체에 대한 예의니까.
  • 함 보시길 2013/11/12 18:22 # 삭제

    로보님 한번 들어가서 보시죠. 공적인 자리에서 그들이 어떻게 해왔는지..
    http://www.youtube.com/watch?v=P_8wf4ec6x0
  • Mad Dr 2013/11/17 23:36 #

    To 로보
    가볍게 단 댓글을 진지하게 받아드리셨군요. 그저 가볍게 단 댓글인데 이렇게 답글을 다니 당황스럽네요.
    진지하게 써보도록 하죠.

    로보님 말대로 공적인 자리에서 똑바로 말해야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 그렇지만 공동체 예의를 찾기에는 이미 우리나라는 뒤떨어졌다고 생각이 듭니다.
  • harkonenea 2013/11/11 17:02 #

    한 정당의 대표란자가 자국의 대통령 호칭에 "씨"를 사용하는게 문제가 안된다고?

    아 말을 잘못했군.
    주적으로 정의된 빨갱이 집단 우두머리니 그딴식으로 호칭해도 문제될것 없겠지.
    이제 곧 해체될 집단이니 마지막 발악하는셈 칩시다. 허허.
  • 함 보시길 2013/11/12 18:21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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