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심리학에 대한 엉터리 비판: 002. 유전자만 감방에 처넣으면 진화 심리학에 대한 엉터리 비판

도정일은 유전자 결정론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최근 어떤 외국 방송 기사를 보니까 이게 다 유전자 탓이라는 겁니다. 영국 사람들은 아침형을 종달새형, 저녁형을 부엉이형이라 부르는데, 종달새냐 부엉이냐는 생활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유전자 결정이라는 거죠. 저녁 7시만 되면 잠이 쏟아져 견디지 못하는 어떤 미국인 가족이 있어서 유전자 검사를 해본즉 그 가족의 유전가가 그렇다는 겁니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유전자 결정론에 걸려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선택과 행동의 책임을 인간 그 자신에게서 면제시켜 유전자 탓으로 돌리는 데 있습니다. 유전자가 모든 책임을 지면 한 가지 좋은 점이 있긴 합니다. 아무도 감방에 갈 필요가 없게 되죠. 유전자란 놈들만 잡아다 처넣으면 되니까요.

(도정일, 『대담: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 도정일최재천 지음, 휴머니스트, 2005, 146)

 

 

 

유전자 결정론은 보통 두 가지 맥락에서 쓰인다. 행동 유전학적 맥락에서는 개인차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이다. 진화 심리학적 맥락에서는 인간 본성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이다.

 

도정일은 여기에서 행동 유전학적 맥락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 전체 내용을 볼 때 도정일이 진화 심리학적 맥락에서도 똑 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 뻔하다. 또한 수 많은 사람들이 행동 유전학과 진화 심리학을 비판할 때 비슷한 이야기를 해왔다.

 

 

 

“강한 의미의 유전자 결정론” 또는 “절대적 유전자 결정론”에 따르면 인간의 형질은 유전자에 의해 모두 결정된다. “약한 의미의 유전자 결정론” 또는 “확률적 유전자 결정론”에 따르면 인간의 형질은 유전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행동 유전학자는 성별이나 ABO식 혈액형처럼 유전자에 의해 (거의) 100% 결정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환경의 영향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진화 심리학자도 환경의 중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 유전학과 진화 심리학이 절대적 유전자 결정론을 지지하는 것처럼 오해를 받을 때가 많다.

 

 

 

어쨌든 여기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행동 유전학과 진화 심리학의 차이나 절대적 결정론과 확률적 결정론의 차이가 아니다. 여기에서는 책임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도정일은 과학의 교권(사실, 설명)과 도덕의 교권(당위, 정당화, 책임)을 혼동하고 있다. 어떤 형질, 생각, 행동, 결과 등을 유전자를 끌어들여 설명한다고 해서 개인의 책임이 면제된다는 생각 자체에 문제가 있다. 설명은 설명일 뿐이다.

 

 

 

생리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이 알코올이 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한다고 하자. 그러면서 왜 음주 운전이 교통 사고로 이어지기 쉬운지 이야기한다고 하자. 도정일이라면 이런 설명을 듣고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알코올 결정론에 걸려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고의 책임을 인간 그 자신에게서 면제시켜 알코올 탓으로 돌리는 데 있습니다. 알코올이 모든 책임을 지면 한 가지 좋은 점이 있긴 합니다. 아무도 감방에 갈 필요가 없게 되죠. 알코올이란 놈들만 잡아다 처넣으면 되니까요.

 

 

 

어떤 여성주의자(feminist)가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자가 어떻게 사회화되는지 설명한다고 하자. 그러면서 가부장제 사회에서 사회화된 남자가 여자를 우습게 알기 때문에 가정 폭력을 휘두르기 쉽다고 이야기한다고 하자. 도정일이라면 이런 설명을 듣고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가부장제 결정론에 걸려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정 폭력의 책임을 인간 그 자신에게서 면제시켜 가부장제 탓으로 돌리는 데 있습니다. 가부장제가 모든 책임을 지면 한 가지 좋은 점이 있긴 합니다. 아무도 감방에 갈 필요가 없게 되죠. 가부장제란 놈들만 잡아다 처넣으면 되니까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은 후에 도정일이 다음과 같이 말할지도 모르겠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자본 결정론에 걸려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착취의 책임을 자본가 그 자신에게서 면제시켜 자본주의 탓으로 돌리는 데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모든 책임을 지면 한 가지 좋은 점이 있긴 합니다. 아무도 감방에 갈 필요가 없게 되죠. 자본주의란 놈들만 잡아다 처넣으면 되니까요.

 

 

 

물리학을 공부한 후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할지도 모른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물리학 결정론에 걸려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선택과 행동의 책임을 인간 그 자신에게서 면제시켜 물리 법칙 탓으로 돌리는 데 있습니다. 물리 법칙이 모든 책임을 지면 한 가지 좋은 점이 있긴 합니다. 아무도 감방에 갈 필요가 없게 되죠.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이란 놈들만 잡아다 처넣으면 되니까요.

 

 

 

어떤 행동이 순전히 유전자 때문이라고 설명하든, 순전히 환경 때문이라고 설명하든, 유전자와 환경의 조합 때문이라고 설명하든 설명은 설명일 뿐이다. 원인이 밝혀진다고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과학적 설명을 위해서는 법칙 또는 규칙 또는 패턴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인과론적 설명이 성립할 수 있다. 그것이 아인슈타인이 꿈꾸었던 절대적 결정론이든, 양자 역학에서 말하는 확률적 결정론이든, 사회 과학의 “느슨한 결정론”이든 규칙성이 있어야 한다. 만약 규칙성이 곧 정당화 또는 책임 면제를 뜻한다면 모든 과학적 설명이 정당화 또는 책임 면제일 것이다.

 

 

 

신기한 것은 마르크스주의 이론이나 여성주의 이론을 끌어들여 설명할 때에는 “설명이 곧 정당화다”라고 생각하지 않던 사람들도 행동 유전학이나 진화 심리학의 설명을 볼 때에는 “설명이 곧 정당화다”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는 점이다. 그렇게 세상을 자기 편한 대로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덧글

  • 풍신 2014/05/14 10:32 #

    유전자 말할 때 genotype(선천성특징), fenotype(후천성특징)이란게 있어서 두개를 잘 구분하지 않으면 멍청한 소리를 하기 쉽죠.
  • 이덕하 2014/05/14 11:20 #

    풍신 /

    fenotype이 아니라 phenotype(표현형)입니다.

    그리고 표현형은 “후천적 특징”이 아닙니다. 예컨대 사람의 “두 개의 눈”은 표현형인데 이것을 보통 선천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 풍신 2014/05/14 15:33 #

    아, 영어로 "ph"였군요. 전 이걸 포르투갈어(fenotipo)로 배워서...(고등학교, 대학교를 외국에서 다녀서...) 선천, 후천 이야기는 무시해주세요. 유전자 정보에서 오는 특징과, 실제로 발현하는 특징의 차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단어 선택을 잘못했군요.
  • 유빛 2014/05/14 10:48 # 삭제

    주장에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도덕적 (또는 법적) 판단에서는 '그 결과가 개인의 자유 선택인가, 그러므로 책임이 따라야하는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만약 '그 결과는 개인의 자유 의지와 무관한 유전자 발현의 결과물일 뿐이다'이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에 대한 '가치 판단'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는게 당연하겠지요. 그게 바로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것이니까요. 음주, 페미니즘, 사회주의의 경우에는 선택의 여지가 있고, 책임이 존재한다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동등한 비교가 되지 못합니다. 물리학의 경우는 기술하는 대상이 자연이기 때문에 도덕적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하지만 진화심리학의 경우는 (1) 그 대상이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가치 체계인 도덕적 비판을 피할 수 없으며 (2) 특히, 유전자 결정론은 인간의 또다른 학문인 도덕이나 철학의 근원적인 가정 - 자유 의지 - 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에 충돌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므로, '절대적 유전자 결정론'의 경우에 한해서는, 사회적인 문제가 제기되는 건 정당하며, 주장하는 쪽에서는 그 파급력에 비례해서 더 엄밀한 증거를 제시해야할 책임이 있습니다.
  • 이덕하 2014/05/14 11:17 #

    유빛 /

    갓난아기가 태어날 때 “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태어나야겠다”라고 자유 의지로 선택합니까?

    갓난아기가 커가면서 사회화될 때 “나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여야겠다”라고 자유 의지로 선택합니까?

    자유 의지가 도덕 철학의 근본 가정이라는 의견은 한 쪽의 의견일 뿐입니다. 그런 의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100% 물리 법칙에 따라 작동한다”라는 유물론을 받아들인다면 인간의 책임을 하나도 물을 수 없겠지요.
  • 유빛 2014/05/14 16:03 # 삭제

    이덕하 /

    (1)

    그러니까, 그 비유에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태어날 때 환경을 선택하는 것'과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다릅니다.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과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을 동등하게 나열하면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결정론적 유전자론과 음주, 페미니즘은 선택의 여지 측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동등 비교가 될 수 없으니 무리라는 겁니다.

    선천적으로 화를 잘 참지 못하는 '다혈질 유전자'가 있다는 것은 공감 받을 수 있을지언정 '이데올로기 유전자'는 공감받을 수 없습니다. 다혈절과 다르게 이데올로기의 선택은 복잡 다단한 문화적 적응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애시당초, 이데올로기가 없던 시기에 어떻게 이데올로기를 선택하도록 진화할 수 있단 말입니까? 혹여 문화적 유전자를 주장하시는 것이라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진화 심리학에서 환경을 무시하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왜 이렇게 환경의 영향을 극단적으로 적게 받는 것과, 많이 받는 것을 동등하게 나열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2)

    도덕 철학의 영역에서의 판단도 불완정할 지언정 결국 어떤 사실에 기초하는 이상, 그러한 근본적인 사실과 관계해서는 충돌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충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부분에서조차 '교권이 다르다'며 선은 긋는 건 좋은 태도로 보이지 않습니다. 모든 규칙성이 정당화로 연결되는 건 아니지만, 어떤 규칙성들은 사회, 도덕, 법적인 측면에서 정당성을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3)

    '자유 의지가 도덕 철학의 근본 가정이라는 의견은 한 쪽의 의견일 뿐'이라고 하셨는데, 그 가정을 기반으로 사회가 구성되어 있는 이상 좀 더 엄밀하게 접근해야한다는 건 고려할 필요가 없는건가요?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와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범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동등한 수준으로 검증되어야할 주장입니까?
  • 이덕하 2014/05/14 16:52 #

    유빛 /

    “인간의 뇌가 100% 물리 법칙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명제를 받아들이십니까? 그렇다면 자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범죄자가 “내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순전히 물리 법칙 탓이다.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에게는 물리 법칙을 깰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왜 나를 처벌하냐?”라고 말하면 뭐라고 답변하실 겁니까?

    “자유 의지가 도덕 철학의 근본 가정”이라는 이야기를 정말로 진지하게 믿는다면, 그리고 세상이 물리 법칙에 의해서만 움직인다고 믿는다면 그 범죄자를 풀어주어야 합니다.
  • 유빛 2014/05/14 20:24 # 삭제

    “인간의 뇌가 100% 물리 법칙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명제를 받아들이십니까? 그렇다면 자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 네. 참고로 저는 그 명제를 참이라고 가정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 의지'를 묻는다면, 없을 것 같군요. 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자유롭다'라고 부르는 시스템은 있을 수 있지요. 논리나 확률 모델 어느 쪽도 물리 법칙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지능적이다'라고 부를 수 있는 모델이 있다면, '자유롭다'라고 부를 수 있는 모델도 있는 겁니다. 물론 그 기준이 뭐냐가 논란이 되겠지만요.

    범죄자가 “내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순전히 물리 법칙 탓이다.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에게는 물리 법칙을 깰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왜 나를 처벌하냐?”라고 말하면 뭐라고 답변하실 겁니까?

    -> 단순히, 확률적 유전자 결정론 정도로만 완화하더라도 '당신은 그걸 제어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그냥 상식적으로 말하기만 해도 '그래, 당신이 그런 욕구를 가진 건 당연할 수도 있어. 하지만 정말 그걸 제어할 수 없었나? 그렇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걸 입증하라'라고 물을 수 있는 겁니다. 분명 물리 법칙은 세상을 지배합니다. 하지만 중력이 올해 경제 구조를 결정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자유 의지가 도덕 철학의 근본 가정”이라는 이야기를 정말로 진지하게 믿는다면, 그리고 세상이 물리 법칙에 의해서만 움직인다고 믿는다면 그 범죄자를 풀어주어야 합니다.

    -> 이해할 수가 없군요. 자유 의지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자유 의지가 있다고 해서 그게 의식의 100% 또는 0%를 차지할 확률은 극히 낮겠지요. 물리 법칙에서 돌아가는 세상이라도, 우리는 여전히 '올바른 모델'을 사회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걸러낼 수 있습니다. 사회의 기준 역시 물리 법칙 하에서 나온 결과물 입니다. 물리 법칙에 기반한 시스템도 결정론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 유전학과 진화 심리학이 절대적 유전자 결정론을 지지하는 것처럼 오해를 받을 때가 많다' / '여기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행동 유전학과 진화 심리학의 차이나 절대적 결정론과 확률적 결정론의 차이가 아니다'라고 하셨는데, 차라리 '진화 심리학은 절대적 유전자 결정론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명확히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과학의 교권(사실, 설명)과 도덕의 교권(당위, 정당화, 책임)을 혼동하고 있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영역에서 과학의 교권과 도덕의 교권이 배타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그렇다'고 대답하실 수 있으십니까? 가치는 사실을 왜곡할 수 있고, 사실에서 가치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도덕이 과학의 교권을 침범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면, 과학이 도덕의 교권을 침범하는 영역도 있는 겁니다.

    이덕하님의 글을 진화심리학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본다고 생각하면, 더 명확하고 좋은 비유를 드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 이덕하 2014/05/14 20:54 #

    유빛 /

    아래 두 명제 사이에 모순이 있다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

    1.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 의지'를 묻는다면, 없을 것 같군요”

    2. “자유 의지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겁니다”


    ----------------------------------


    “단순히, 확률적 유전자 결정론 정도로만 완화하더라도 '당신은 그걸 제어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 유전자 이외의 것이 인간의 심리에 영향을 끼칩니다. 예컨대 가부장제 사회가 끼치는 영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유전자만큼이나 개인의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유전자든 가부장제든 결국 거슬러 올라가면(?) 근본적인 물리 법칙에 부닥치게 됩니다. “물리 법칙을 초월한 영혼”을 가정하지 않는다면 자유 의지는 환상일 뿐입니다.
  • 유빛 2014/05/15 01:45 # 삭제

    아래 두 명제 사이에 모순이 있다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

    -> 끙... 그래서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 의지는 없을 것 같지만, 우리가 결과론적으로 '자유롭다'라고 부르는 시스템은 있을 수 있다구요. 즉, 본질적으로 그것이 자유인가-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지만 그런 종교 / 진리의 영역이 아닌, 도덕이나 사회의 영역에서는 논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자유 의지'라는 현상은 존재하며 물리 법칙을 초월하지도, 그와 모순되지도 않습니다. 1에서 제가 '진정한 의미'라고 첨언한 것은 초월적 의미에서, 2에서 언급한 '자유 의지'는 현상적 의미에서 말한 것이므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유전자 이외의 것이 인간의 심리에 영향을 끼칩니다. 예컨대 가부장제 사회가 끼치는 영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유전자만큼이나 개인의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물리 법칙을 초월한 영혼”을 가정하지 않는다면 자유 의지는 환상일 뿐입니다.

    -> 인간은 환경을 바꿀 수도 있고, 바꾸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동일한 조건에서 해석을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결과들이 영혼과 같은 초월적 근원에서 나오는게 아니라면 자유 의지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건 환상이다-라고 말씀하신다면, 음...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죠. 이건 시각차가 있는 것 같군요. 하지만 적어도 인간이 그렇게 보이는 행동을 하고 있고, 할 수 있는 건 사실입니다. 초월적 존재 없이도 자유 의지라는 현상 또는 결과를 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범죄자'로 드셨는데, 도덕적 비난과 법적 책임은 인간의 행동이라는 결과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지 영혼을 기준으로 하는게 아니니까요.

    유전자든 가부장제든 결국 거슬러 올라가면(?) 근본적인 물리 법칙에 부닥치게 됩니다.

    -> ...라고 하셨는데, 고전적인 대답이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해서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 이덕하 2014/05/15 06:30 #

    유빛 /

    아래 두 명제 사이에 모순이 있다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

    1. “도덕적 비난과 법적 책임은 인간의 행동이라는 결과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지 영혼을 기준으로 하는게 아니니까요”

    2. “자유 의지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겁니다”
  • 유빛 2014/05/15 10:41 # 삭제

    ... 자꾸 모순이 있다고 하시는데, 정리해드리죠.

    자유 의지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자유 의지라고 부르는 현상은 존재하고, 그걸 기준으로 우리는 도덕적 행동을 논할 수 있으며, 옳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구요.

    이 문장에 모순이 있습니까?

    그리고 물리 법칙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어길 수 없잖습니까. 그건 '엄청나게 보편적'인거고, 알코올 뿐만 아니라 페미니즘, 자본주의는 역사에서, 그리고 각각의 개인에게서 볼 수 있듯이 물리 법칙과 비교할 정도로 '보편적인 건' 아닙니다. 아니면, 이러한 차이가 실은 확률적이지도 않으며, 태어나기 전부터 유전자 레벨에서 결정되어 있다는, 복잡계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이라도 갖고 계십니까?

    저는 나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열심히 설명하는데 대응하는 방식이 이미 말한 것조차 죄다 무시하고, '그거 이상하지 않냐'라는 식의 질문으로만 대응하시니, 별로 검토하실 생각조차 없으신 것 같습니다? 애시당초 제가 지적한 게 '무리한 비유로 인한 무리한 주장'과 '심리학 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연 과학으로 착각하는 듯, 다른 인문학과 완전히 선을 그어버리는 배타적 태도'인데, 제대로 논의하실 생각이 없으시다면 됐습니다. 서로에게 득 될 것이 없어보이는군요.
  • 이덕하 2014/05/15 10:52 #

    유빛 /

    “자유 의지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자유 의지라고 부르는 현상은 존재하고”

    ---> 이게 도대체 무슨 말씀인가요?

    “신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신이라고 부르는 현상은 존재하고” 만큼이나 이해가 안 갑니다.
  • 유빛 2014/05/15 15:43 # 삭제

    '나는 점심에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OO를 먹기로 결정했다'
    '나는 사람들을 도울지 말지 고민하다가, OO를 위해서 돕기로 결정했다'

    와 같이 사람들이 스스로 인지하고, 다른 사람들이 추측 가능하고, 직접적으로 관찰가능한 행동들, 판단들 말입니다. 사람들이 '자율적이다'라고 부르는 모든 행동들 말입니다. 이게 영혼에서 비롯되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관찰가능한 결과들은 실재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도덕적 논의에서는 그 정도로 충분하구요.

    그런데, 여전히 비유가 별로 좋지 못합니다. 저는 '자유 의지에서 비롯된 행동'은 관찰 가능하고, 상상도 가능하지만, '신이라고 부르는 현상'을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고, 심지어 그게 뭔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군요. 차라리 '이성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이성적 판단이라고 부르는 것은 존재하고'가더 가까운 비유입니다. 이건 정말 궁금해서 여쭤보는건데, 왜 이렇게 정도의 차이가 큰, 무리한 비유를 사용하시는 건가요?
  • 유빛 2014/05/15 02:11 # 삭제

    글을 다시 읽어봤는데, 역시 좋지 않아 보입니다.

    - 사람들이 진화심리학을 공격하는 이유 중 하나가 진화심리학이 유전자 결정론을 지지한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그건 단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정도면 괜찮은데, '어쨌든 여기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행동 유전학과 진화 심리학의 차이나 절대적 결정론과 확률적 결정론의 차이가 아니다.'에서 초점이 다른 쪽으로 이동하면서 '어? 문제가 이게 아닌가?'라는 느낌을 받게하고,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겹치지 않는 교권(NOMA)'에서는 'NOMA가 그렇게 완벽하게 지켜질 수 있는 원칙인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그 다음의 비유에서는 앞에 나온 '결정적 유전자'와 나란히 비교되는 대상들이 '경우가 다르잖아, 유전자는 그렇게 태어날수 밖에 없지만 알콜은 안 먹으면 그만이라고?'라는 생각이 들어서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과학적 방법론과 생물학 이론을 채택할 뿐 진화심리학도 결국 심리학일진대, 이덕하님은 진화심리학을 수학이나 물리학과 동급의 자연과학으로 취급하시는 듯 합니다. 수학, 논리학은 말할 것도 없고 생물학, 물리학은 검증 가능성이나 요구되는 수준이 심리학이나 여타 응용 과학, 공학과는 다릅니다. 또한 그런 순수 이론이나 자연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학문들은 얼마든지 도덕이나 철학 같은 가치 판단 영역과 충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널려있는데도, 태도가 너무 배타적으로 느껴집니다. 뭐, 나름의 조언입니다만 받아들이지 않으시면 어쩔 수 없지요.
  • 이덕하 2014/05/15 06:33 #

    유빛 /

    “알콜은 안 먹으면 그만이라고”

    ---> 제가 알코올 이야기만 했습니까?

    “물리 법칙은 안 지키면 그만이라고”라고 말하실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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